함께 가는 길 / 하지만 가지 않은 길

대외업무_인도에서 뒷돈 주고받는 다양한 모습

20140728

 

인도에서 뒷돈을 주고받는 다양한 행태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외국어를 배우다보면 그 언어로 표현되는 다양한 욕설에 대해서도 알아 두는 게 좋은 경우가 있다. 그 욕설을 배워서 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게 욕설인지 아닌지 알아듣고 나아가서 상대방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욕설을 배워 보기도 하는 것이다. 이처럼 국제개발협력 현장에서도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상황 파악을 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거래되는 뒷돈 백태를 알아두는 게 좋을 때가 있다.


예전에는 대놓고 노골적으로 뒷돈이나 선물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런 일은 거의 없다. 부정부패와 뒷돈에 대한 단속이 심해져서 자칫 잘못했다간 공직생명이 위태로워지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각 부처별로 자체 단속반 (Vigilance Team 또는 Committee)가 있어 신고하면 조사와 그에 따른 처벌이 뒤따른다. 신고할 경우에는 음성 녹음 파일 같은 증거가 있는 것이 좋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대가성의 뇌물을 주고받는 행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보다 교묘하고 은밀한 방법으로.

 

 

1. 고위 공무원의 경우

 

여기서 고위 공무원이라 함은 중앙정부나 주 정부의 해당 사안에 대한 결재권자나 고위급 실무자를 말한다. 이들이 직접 대가성의 뇌물을 요구하거나 받는 경우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먼저 봉착하게 되는 문제가 뒷돈을 주고 싶어도 도대체 누구를 접촉해서 누구한테 돈을 줘야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뒷돈 주고받는 데에도 자기들 나름의 방식이 있어 무턱대고 찔러 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일은 안 되고 돈만 날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직접 들은 사례이다.

 

인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비영리 단체들이 외국 지원금 (외국에서 송금되거나 입금되는 모든 형태의 개인 및 단체 지원금 또는 현지에서 외국인이 후원하는 모든 지원금)을 받으려면 인도 내무부에 사전허가를 받거나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한다. 이 등록을 받기 위해서 백방으로 고군분투한 어느 인도인 사무총장의 얘기이다.

 

등록 신청을 하고 감사를 받고 요청한 모든 자료를 제출했지만 3년이 지나도록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등록을 시켜주지 않았다. 내무부 관련 부서에도 여러 차례 찾아 갔다. 뒷돈을 안주면 절대로 안 되겠구나 싶어 뒷돈을 주려 했지만 누구한테 줘야 할지 몰랐다. 묻고 물어 키맨 (Key Man : 뇌물 브로커 역할을 하는 중간급 공무원)을 어렵게 찾았다. 이 사람을 잘 찾아야 한다. 최종 책임자가 키맨이 아니다. 그 사람들은 절대로 뒷돈을 요구하거나 받지 않는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 키맨에게 돈을 주면 알아서 다 하는 것이다. 알아서 나눠 가진다. 개인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연락했다. 반드시 개인 전화번호로 연락해야 한다. 점심시간에 외부에서 따로 조용히 만나 식사를 같이 하며 상황을 설명했다. 조용한 고급 레스토랑이 좋다.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비밀 유지, 뒷돈을 준 뒤로 일이 최종 마무리될 때까지 절대로 연락하지 않는다, 일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궁금해 하지도 말고 무조건 믿고 기다려라. 일이 반드시 되게 해준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물으면 화낸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근처 백화점에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 갔다. 쇼핑을 오만 루피(한화 백만원)치나 하더니 계산을 안 하고 있었다. 내가 해줬다. 그 뒤로 연락이 올 때 외부에서 따로 만나 세 번에 걸쳐 총 400,000루피 (한화 8,000,000)를 주었다. 그러곤 6개월 뒤에 등록이 되었다.”

 

 

2. 하급 공무원의 경우


지역 소재 여러 관청에서 근무하는 하급 공무원들의 행태이다.

 

인도에서 180일 이상 체류하게 되는 경우, - 1년 또는 여러 해 비자를 받더라도 해당 외국인 등록소 (FRRO : Foreign Regional Registration Office)에 가서 신고하고 거주 허가증 (Residence Permit)을 받아야 한다. 아주 단순한 일이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비자가 든 여권을 가져가서 보여주면 관할 등록소장의 직인이 찍힌 거주 허가증을 발급해준다. 이 간단한 일 하나 처리하는데 뒷돈이 들어가면 한나절이 걸리고 뒷돈이 안 들어가면 기약이 없다.

 

이곳에는 신청서도 준비되어 있지 않아 내 돈으로 복사해 와야 하고 필기구나 사진 붙이는 풀도 없다. 내가 다 준비해서 써야 한다. 정전이라도 되는 날이면 그 날은 공치는 거다. 복사를 할 수 없어서.


신청서를 제출하고 마냥 기다리다 보면 자기 책상으로 부른다. 여권 아래 숨긴 쪽지 하나를 건넨다. 이렇게 쓰여 있다. “밖에서 잠깐 기다려라.” 골목길로 데려 가서는 예의 그 짜이값을 요구한다. 당일 일을 끝내고 싶어 하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2-300루피를 손에 쥐어 주게 된다. 우리는 이런 일을 많이 당해 봐서 볼펜이나 수건 같은 간단한 선물을 주기도 하고 오랜 안면이 있으면 말발로 넘어 가기도 한다.

 

 

3. 기차표 예매센터

 

뒷돈을 깎다.

 

인도로 봉사활동하러 오는 60여명의 단체 기차표를 예매하러 기차표 예매센터에 간 적이 있다. 신청서 한 장에 여섯 명의 이름, 성별, 나이를 적어 제출하는데 규정이 바뀌어 한 사람당 한 장, 최대 여섯 명까지만 예매가 가능하게 되었단다. 아무리 사정해도 요지부동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인도인 한 분이 보다 못해 나를 옆으로 부른다.

 

쪽지에 뒷돈 200루피를 주겠다고 적어서 신청서 밑에 넣어 줘라. 그러면 해줄 것이다.”

 

사정이 급했던지라 반신반의하며 용기를 내어 쪽지를 써서 밀어 넣었다.

“20분 뒤에 다시 와라.”라는 답변을 들었다. 줄 서 있던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빠지고 나니 나를 다시 불렀다.

 

신청서 한 장 당 50루피해서 500루피를 달라는 걸 깎고 깎아 200루피를 주고 해결했다.

 

'인도 10년 돌아보기 > 대외업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뒷돈을 요구하는 현지 공무원  (0) 2014.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