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길 / 하지만 가지 않은 길

Jane wrote:


 

일곱 번째 제주 여행기입니다.

제주 여행기를 마무리하지 않으면 다음 여행은 없다는, June의 협박이 은근 걸리적걸리적-

게으름 피우던 마음을 다잡아 기억을 주섬주섬 끄내어 봅니다.


어제 해가 어스름 질 무렵에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에 다녀왔어요.

도서관에서 제주 4·3 사건 이야기를 담은 현기영선생님의 [순이삼촌] 책을 빌려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거의 9시가 다 된 시간이었는데, 도서관을 나와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오는 길.


 

아파트 단지를 걸어오는데, 한 가족이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아파트 현관에서 나와 차로 향합니다.

선두에 선 사람은 그 집 아버지인데, 한 손에는 텐트를, 한 손에는 손잡이 달린 플라스틱 박스 가득 버너와 코펠 같은 것을 들고 가더라구요.

뒤 이어 꼬마 아이는 자기 상반신만한 배낭을 메고 신난 발걸음으로 쫒아오고, 

엄마는 양 손 가득 비닐봉투에 먹거리를 싸들고 약간은 들뜬 표정으로 마지막을 행렬을 장식합니다.


 

‘금요일 밤, 주말에 캠핑 하려나 보구나!’ 하고 세 가족을 보는 제 얼굴이 미소가 슬몃 떠오르면서,

그와 제주에서 캠핑을 하던 것이 생각나더군요.


 

그에게도, 저에게도 캠핑은 처음인데, 요즘 대세라는 캠핑을 즐기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거의 일주일이 되는 제주 여행의 숙박비가 은근 부담이 되어서, 숙박비를 줄여볼까 하고 선택한 곳이었답니다.

육지에서는 캠핑이 몇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경기지역 주변으로 도심에, 외곽에 캠핑지가 많고 온갖가지 캠핑 도구들이 한바탕 휩쓸고 가서, 이제는 슬슬 시들어 가는 즈음이지만,

제주는 캠핑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마치 어젯밤처럼 그 날도 달이 꽉 찬 보름이어서, 어두운 캠핑장의 밤을 은은히 밝게 비춰주었습니다.

조금 가져간 쌀이며 식재료들을 부려서 밥을 짓고, 국을 끓이는 동안

June이 나무를 가져다 한 켠에 불을 피울 준비를 하고 그랬어요.

 

 

우리는 몇 평 되지도 않을 텐트와 텐트 앞 마당에서 이틀을 보내며

간소한 삶의 편안함과 담백함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아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도록 만드는 그런 편안함과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서 넘쳐나는 그런 과함 말고,

약간 더 걸어야 하고 움직여야 해서 동선이 길지만, 그것이 없어서 이것으로 어설프게 대신해야 하지만

그래서 편안하고 소소하게 재미있었다.

하는 것이 저의 이틀간, 캠핑 소감 이랍니다!!^^


좀 싱거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