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길 / 하지만 가지 않은 길

jane wrote:

 

 

만히 생각이 들었다.

는 엄마가 되고 싶고 아이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다고.

떨어져 가는 헤진 옷을 너덜하게 입은 부처님의 나라, 인도의 어느 마을인가에 사는 동네 아이들의 어미가 되면 좋겠다고. 아침이 되면 그 아이들은 우리집 마당으로 놀러올테다.

일락 같은 보랏빛 향긋한 꽃들이 마당 한 켠에 피어 있어서 아이들은 그 꽃을 보고 반가워하고 고사리 손으로 잡초도 뽑아주고 핸드펌프에서 물을 길어다 촉촉하게 물도 줄테다.

당 한 켠에는 또, 강아지를 키우는데 그 꼬망이는 이제 막 뛰어다니기 시작해서 우리집으로 놀러온 마을의 아이들과 비슷하게 속도를 맞추며 걸음을 첨벙첨벙 옮길테다.

닥에 돗자리 같은 것을 깔고는 아이들이 모여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낮잠도 자고 밥 때가 되면 둘러앉아 함께 점심도 먹자. 그곳은 혼기가 가득 찬 노처녀 여자아이도, 굶주린 자식을 둔 마을 엄마도.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니도 하나 둘 모여와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곳이어도 좋겠다. 같이 둘러앉아 손바느질로 아이들 옷을 짓고, 시장에 내다 팔 작은 소품들을 만들어보자.

랑하는 당신과 이렇게 살면 좋겠다. 여행객도 적당히 다녀가고, 마을 사람들도 적당히 사는 그런 곳에 소박하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크지 않은 집을 가꾸면서 살면 좋겠다. 옷감을 사다가 우리 입을 옷을 손수 지어 입고, 마을에서 농사지은 채소며 쌀들을 사다가 밥을 짓고, 나무를 사다가 뚝딱뚝딱 당신 서툰 솜씨로 가구를 만들어 그렇게 살아가면 좋겠다.

이들을 가득 안을 수 있는 어미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아이들이 배고프지 않도록, 쓰레기 더미를 헤쳐서 끼니를 해결하지 않도록 다만 따뜻한 한 끼라도 내어 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 끼니를 굶어서 외소하고 성장이 더딘 아이들이 점심 즈음이면 우리 집 앞마당으로 모여와 함께 밥을 지어먹고 낮잠도 자고 강아지랑 놀기도 했으면 좋겠다.

가운 겨울에는 마당에 모닥불을 지펴서 호호 언 손을 녹이고, 그 불에 주전자 올려 짜이도 끓여 나눠 마셔도 좋겠다.

메라를 가진 여행자 그대가 찾아와 사진을 찍어가도 좋겠다. 비싼 차, 대궐 같은 집이 없어도 여유를 가득 안고 살아가는 우리 두 사람과 우리의 마음보다 더 여유로운 동네 사람들의 모습을 가득 담아가시라.

국에서의 삶은 낯설고 척박할지도 모르지만, 그 곳 또한 사람이 사는 마을이니. 더군다나 그 마을에 굶어죽고 헐벗은 아이가 있으니 우리는 그 곳에 삶의 터를 잡으면 어떠하겠는가.

리하게 메마른 입술을 가진 아이가 있으니 우리는 그 곳에서 마을을 살리고 마당을 가꾸면 어떠하겠는가.

늘보다 푸르른 그 아이들의 미래를 여행자 그대, 담아가시라.


글장난^^

어제 영화보고 June과 손 맞잡고 걸어오는 길에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멤돌더라구요. 

오 년, 십 년 즈음 뒤에 우리 정말 그렇게 되어 있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들과 더불어서

어린 시절 부터 품어왔던 생각까지 합세해서.


[글쓰기 좋은 질문642] 라는 책을 새로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있는 글 쓰기 좋은 질문!! '각 문장이 가나다-로 시작하는 글을 써보라'

이거 왠지 재미있어서 이런저런 글들을 가나다-로 시작해서 써보는 중.

내맘대로 사진 올림!!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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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 wrote:


늘 누군가 데려다주고 안내해주는 제주만 다니다가 이번에는 함께 찾아가고 직접 마주하는 제주를 갑니다.
가이드북을 사서 꼼꼼히 읽어보고, 여행 루트를 짜다가 가만가만 생각합니다.

뭔가 이상한데? 우리 땅, 낯선마을 제주를 여행하러가는데 여행루트로 짜놓은 곳의 절반이상은 '제주의 것'이 아닙니다.
유명한 외국 건축가가 지은 교회, 박물관을 보려했던 것입니다.외국에서 살다온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이국적인 게스트하우스에 가보겠노라했고, 거대 자본가가 투자한 (결과적으로는 제주를 무너뜨리는) 명소에 가려했습니다.
이상하더군요.
제주를 보러 가겠다하면서, 가장 제주 답지 못한 곳을 가려하다니.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어 리셋.
다시 여행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여행을 다녀와서 무엇이 내게 남았으면 좋겠는지, 무엇을 알고싶은지, 지금의 삶에서 결핍된 것은 무엇인지.
여행에 가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현실에서 거대자본에, 외국문화에 파묻혀있습니다.
내가 원하던 것은 얼굴도 모르고 언어도 다른 세기의 건축가가 지은 멋진 건물이 아니라
제주를 지켜온 영엄이 깃든 마을의 보호수와 신당인 것입니다. 목숨을 걸고 물질을 나가는 해녀할망의 숨비소리를 듣고싶은 것입니다. 지나가던 바람도 쉬었다 가라고 구멍을 송송 내어 쌓아둔 제주의 돌담을 보고싶은 것입니다.
세월이 깎아놓은 주상절리대와 거문오름에서 흘러 내려 생겼다는 만장굴과 김녕굴을, 청보리 흐드러지게 핀 제주의 들판을 보고싶습니다.
고 김영갑 작가가 그렇게도 담아내고자 했던 용눈이오름에서의 바람을 마음에 담아보고 싶습니다.
오백년, 육백년 그 자리를 지켜온 우리의 어버이, 비자나무를 조우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여행의 방향을 다잡고 다시 여행계획을 세워보는 중입니다.
주로 중산간마을과 해안에 자리한 오래된, 그렇지만 여전히 그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을 여행해볼까 합니다. 그곳을 걷고, 달려볼까합니다.
영실길 따라 한라산도 올라야지요.

우리 여행의 가이드북은 유홍준선생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으로 정했습니다.
20대 유년시절 선생님의 이 책들을 가이드북삼아 남도를 비롯한 전국 곳곳을 여행했다는 june의 의견입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그곳의 삶과 문화와 역사를 알아가는데 이 책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이지요.

june에게도 제주가 낯선곳은 아닐테지만, 지난 제주여행에서 내가 보고 듣고 느낀 소중한 것들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혹은 새로운 제주의 길 위를 함께 달려도 좋겠습니다.

어디라도
우리 함께
그 길 위에서 손맞잡고 이야기 나누며. 마음 나누며.
바람과 햇살, 호흡을 나누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