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길 / 하지만 가지 않은 길

대외업무 1_뒷돈을 요구하는 현지 공무원

20140711

 

질문) 대외업무를 오래 하면서 행정 공무원을 많이 만난 것 같은데 현지 공무원과 행정 처리를 할 때 뒷돈도 요구하고 늦게 처리하고 하는데 이럴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궁금 궁금

 

 

가장 좋은 것은 가능하면 현지 공무원 만나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업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운용을 해나가는 것이다. 아예 안 만나고도 일을 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것이다. 그런데 이게 가능할까? 하기 나름이다.

 

인도에 있을 때 한국이나 미국에서 헌 옷이나 신발, 담요,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의약품 등을 모아 20피트 또는 40피트 컨테이너에 담아 보내주면 이를 받아 세관에서 통관시키고 우리 사업장까지 운송하는 일을 맡아 한 적이 있다. 이거 너무 복잡하고 힘든 일이여서 그야말로 피가 마르는데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여서 통관과 운송을 대행해주는 현지 업체를 끼고 하게 된다. 처음엔 지출항목들의 세부 내용을 잘 몰라서 알려주지도 않는다 무조건 비용을 깎기만 했는데 나중에 업체도 바꿔가며 몇 번 해보면서 알게 된 게 이 비용에 세관 공무원들에게 들어가는 뒷돈이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 비용의 약 20-30%의 금액이 뒷돈으로 들어간다. - 이처럼 뒷돈에는 전체 비용에 포함되어 우리가 모르고 주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관행으로 정착된 정도를 넘어 거의 업무처리를 위한 필수비용으로 봐야 할 정도이다. 우리 물건 실은 컨테이너는 부두에 들어와 있는데 이 돈을 안 주면 이 핑계 저 핑계로 통관을 시켜주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컨테이너 대여료, 부두 사용료 등등 이런 비용들이 일일 단위로 달러로 부과되는데 나중에 그야말로 요금 폭탄을 맞게 되어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 


이후 전체 평가를 통해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려 더 이상 해외에서 컨테이너를 받지 않기로 했는데 이 결정을 내린 데에는 울며 겨자 먹기 식의 이 뒷돈에 대한 부분이 크게 작용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있는 반면에 현장에서는 뒷돈을 요구하는 현지 공무원들을 피해갈 수 없는 자잘한 일들이 생긴다. 이런 저런 일들을 만들어 자기들이 직접 찾아오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자 들어 보세요. 뒷돈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첫째, 청탁성의 뒷돈이다. 등록이나 인허가 관련 업무들이 주로 많은데 이 돈만 주면 무조건 되게 해주겠다며 요구하는데 은밀하고 교묘하게 진행이 된다. 대개 금액이 크고, 대체로 위험하다.

 

둘째, 앞서 얘기한 경우처럼 관행으로 자리 잡아 거의 업무처리비로 받아들여할 뒷돈 아닌 뒷돈이 있다. 돈 받은 사람은 뒷돈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도와준 데 대한 당연한 대가로 여기는 분위기이다.

 

셋째, 그야말로 애교 수준의 뒷돈들이 있다. 속칭 짜이 (인도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밀크 티) 이라 부르는데, 단순 복사 서류 발급이나 자기네가 당연히 처리해줘야 할 일들을 하고선 예의 그 짜이 값을 요구한다. 업무의 성격에 따라 다른데 작게는 50루피 (한화 1,000)에서 많게는 200에서 300루피 (한화 6,000루피) 정도가 암묵적인 협정가이다. 어느 때인가, 찌는 여름 날 지하 서류 창고에서 법인 등록증 한 장 달랑 복사해오면서 그 짜이 값을 요구하는데 하도 짜증이 나서 진짜 짜이 값 5루피만 줘버리고 나온 적도 있었다.

 

이런 여러 형태의 뒷돈에 대해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속 편하다. 나머지는 거기에 따라서 일이 되게 되어 있다. 원칙의 기준이 세면 센대로, 약하면 약한대로 그에 따른 과보가 있는 것이다.

 

내가 일한 단체의 경우에는 사업초기부터 일은 좀 안 되더라도 뒷돈 줘 가면서 까지는 하지 않겠다.’라는 강력한 원칙이 있었고 나 역시 절대 공감했기에 몸은 힘들었을지언정 뒷돈을 줄까 말까로 고민하느라 머리가 아파 본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뒷돈 요구하면 방긋 웃으며 오 이런, 미안합니다. 당신 수고하는 줄 잘 알고 있어요. 너무 고마워요.” 이렇게 가볍게 받아친다. 만약 상대가 너무 진지하다면 도와줘서 너무 고마워요. 하지만 저희 원칙상 어려워요. 후원금 받은 거라 일 루피도 허투루 쓰면 안 되거든요. 모든 걸 한국에 보고하고 결재 받아야 해요. 저도 완전 자원봉사거든요. 일 루피도 안 받아요. (애절하게) 암 쏘오오리~.” 이 정도 하면 일단은 그 쪽에서 물러난다. 해 준다는 얘기가 아니라 일단 돌아간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와서 똑같은 얘기 반복. 받으려는 사람도 안 줄려는 사람도 끈질기다. 이리 가라면 이리 가고, 저리 가라면 저리 가고, 이거 가져 오라면 이거 가져가고저거 가져 오라면 저거 가져가고……. 일은 안 되기도 하고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려 되기도 했다.

 

이게 반복이 되면 자주 가는 데는 그 사람들이 우리 보면 딱 안다. 쟤네들은 절대 뒷돈 안 주는 애들이라고. 그러면 그냥 해주는가? 아니다. 그렇게 알고 있기만 한다. 그런데 이게 일 년, 이 년 지나고 십 년 정도 지나면 그 때는 또 해주는가? 아니다. 일은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 돈 안 줘서 안 되기도 하지만 돈 안 줘도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얘기가 조용히 나돈다. “쟤네들 잘 해. 좋은 단체야.”

 

뒷돈에 대한 원칙은 여러 가지 현지 사정을 봐가며 단체 내에서 잘 논의해서 알아서 정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일이 안 될지언정 어떤 형태의 뒷돈도 주지 않는다든지 첫 번째 성격의 뒷돈은 절대 안 주고 두 번째, 세 번째 성격의 뒷돈은 현장에서 알아서 판단한다는 식으로 원칙을 정해 놓고 그 원칙을 따르는 게 가장 속 편하다. 그리고 이런 원칙도 있을 수 있겠다. 다른 지역에 가서는 예를 들면 수도나 이런 데 가서는 업무 효율을 우선순위에 두고 결정하더라도 우리 사업 영역 내에서는 짜이 값정도의 뒷돈일지라도 가능하면 안 주겠다 또는 절대 안 주겠다. 잘 판단해서 알아서들 하시라.


돈 대신에 간단한 선물을 준비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선물도 뒷돈의 다른 형태로 볼 수도 있지만 부담이 되지 않는 성의와 감사 표시 수준의 선물들이 있다. 내가 사용했던 걸로는 여러 가지 색깔 볼펜, 한국 문양이 들어가 있는 핸드폰 고리, 액정 닦는 고리, 수건이나 손수건, 양말, 한국 부채, 달력 등 그 때 마다 있는 물건들 중에서 골라 썼는데 조금은 이국적이면서 특별한 느낌이 나는 선물들이 좋다. 첫 인사할 때나 간단한 답례품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고위 공무원들에게 선물을 하고자 할 때는 여러모로 조심을 해야 한다. 자칫 뇌물로 비쳐질 수 있는 선물을 해서도 안 되고 너무 격이 떨어져서도 안 된다. 현지 수준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을 해야 한다. 앞서 말한 정도도 고위 공무원들을 만나거나 안면 틀 때 또는 얼굴 도장 찍고자 할 때 사용하면 좋다. 그리고 고위 공무원에 대한 답례 수준의 선물로는 한국에서 온 담요나 세정용품 선물세트를 이용한 적이 있다.


[인도 10년 돌아보기]를 시작하며

20140626

 

인도에 도착한 날이 2004815일이었고 한국에 다시 돌아온 게 2014228일이었으니 햇수로 10년이다. 지난 10년 동안 인도 비하르 주 가야 인근 둥게스와리라는 불가촉 천민 마을에서 그들과 함께 살...

 

JTS(Join Together Society)라는 국제구호개발 NGO에서 교육, 의료, 마을개발 사업들을 하면서 그렇게 살았다. 


                1994년 인도 JTS 전경  

                         2010년 인도 JTS 전경

                                                             

그 인도 10년을 돌아보며 경험과 교훈 그리고 장차 해외 국제협력 현장에 파견될 후배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매뉴얼 성격을 띨 수 있는 훌륭한 글을 남길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귀찮다.

 

주변의 압박도 있다. “현장 활동 10년 이거 아무나 못하는 거다, 10년 경험 너무 아깝다 잊혀 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성과와 과제 모두 잘 알려야 한다, 니가 아니면 이런 일 누가 하겠느냐?” 맞는 말이긴 한 것 같은데, 'why me?'하는 작은 소리가 들린다.

 

그러다가 퍼뜩 알아차려지는 게 있다.

잘 보이고 싶어 하는구나, 중간에 쓰다 말 걸 대비해 도망갈 구멍 하나 만들려는 심보군.’

 

그래서 그냥 써보는데, ‘나를 위해서 한 번 써보자.’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 보일 요량이 아니니 마음 가는대로 가볍고 편하게. 그러면서 즐거울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고불산하 닭장 아파트에서

J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