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길 / 하지만 가지 않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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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만드는 거 기웃거리다 엄하게도 블로그 모양새만 바꾸고...

직접 뭘 만드는 것은 어렵군... 어렵기도 하지만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 먹는다. 재미가 있긴 하다. ^^


덕분에 감은 잡았는데 어찌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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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글자크기와 줄 간격 조정  (0) 2014.06.04

Jane wrote :

 

 

 

 

들리는 이름에 이미 아련하고 그리운 느낌이 깃들어 있는 곳. 사려니 숲에 다녀왔습니다.

제주가 품고 있는 무수한 것들 중 우리 두 사람이 유독 좋아했던 곳이 바로 제주의 숲, 원시림 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 일정 중간중간 비자림, 동백숲, 그리고 사려니숲에 들렀습니다.

 

사려니 숲 하면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은 사려니숲 길 양쪽 도로를 따라 나있는 키 큰 삼나무 인데, 심지어 이국적이기 까지 한 청량감과 신비감을 주는 이 삼나무 길은 사실, 1960년대에 인공적으로 재조림되었다 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수 천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원시림을 가로질러 길을 닦아내고, 이 삼나무를 심은 것입니다.

 

 

사려니숲길이 삼나무로 인공 재조림된 반면, 숲의 안은 때중나무, 산딸나무, 편백나무 같은 300여 종이 넘는 다양한 식생이 노루, 족제비 같은 동물들과 새, 파충류들과 함께 자라나고 있습니다.

키 큰 나무 아래로는 낯선 풀들이 무성했는데. 코브라처럼 생겨 잎을 안으로 말아 넣은 보랏빛 꽃이 특이해서 만져도 보고 냄새도 맡아보았는데, 안내문을 보니 그것은 독성이 강한 큰천남성 이라는 식물이더라구요.

 

이름도 모양도 생소한 아이들이 많은데, 제주의 숲에는 나무나 풀을 설명해 놓은 안내 푯말이 잘 되어 있습니다. 육지에서 자생하는 것과는 다른 식물들이 많아서 이기도 할 테고, 제주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소중히 여기고, 알리고자 하는 마음도 있겠지요.

특히 비자림에 있는 식물 푯말들은 그 말들이 하나하나 재미있고 우습기까지 했습니다. 나무의 이름이 붙여지게 된 이야깃거리를 써 놓기도 했고, 마치 방문객을 놀리듯 우스꽝스럽게 적어놓은 글들을 보며 숲을 산책하는 것은 또 하나의 묘미였습니다.

 

비자림

 

 

 

사려니숲은 제주시 구좌읍과 조천읍에서 서귀포 남원읍까지 이어지는 15km의 긴 숲길을 품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라고 경계 짓기 어려우리만큼 이 숲은 크고, 깊습니다.

여섯 개의 오름을 가까이에 두고 있고, 사려니 오름을 품고 있습니다.

사려니 오름 정상에 오르면 성산일출봉과 서귀포 문섬과 범섬, 산방산, 그리고 사려니숲을 둘러싸고 있는 오름 동산들이 한눈에 보인다고 하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오름 정상까지 다녀가지 못했습니다.

 

이른 아침의 찾은 사려니숲은 그 기운을 곱절로 우리에게 뿜어냈습니다.

아직 새벽 기운이 가시지 않아 공기 중에는 상쾌한 습기가 가득 차 있었고, 땅에서는 찹찹한 기운을 올라왔습니다.

그 차가운 땅의 기운이 불쾌하거나 낯설지 않았고

나무사이를 감아 돌아 불어오는 바람은 깊이 들이쉬는 숨을 따라 몸속으로 그대로 스며들었으며

새소리며 바람소리, 노루의 울음소리 같이 들려오는 소리는 귀를 거스르지 않았습니다.

타닥타닥 발걸음 따라 나뭇가지가 부서지는 소리며, 사각사각 붉은 화산송이석이 발 밑에서 자그러지는 소리는 제주를 떠나온 지 한 달이 훌쩍 넘은 지금도 마음속에 아련합니다.

 

6월 중순 즈음의 사려니숲은 마지막 꽃잎을 우리에게 나려주었습니다.

은은하고 달큰한 꽃의 내음이 꽃잎을 타고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는데, 그 하아얀 꽃잎을 내려주던 나무 이름이 무었이었던가요.

 

제주 숲이 육지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유달리 울창하고 푸르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나무들이, 꽃들이 짖는 표정이 다르다는 느낌마저 받곤 했습니다), 무엇이 다른가 가만가만 살펴보다가 느낀 것은

쓰러져 있는 나무들 이었습니다.

왜, 육지에 있는 숲이나 공원에서는 수명이 다 되어 쓰러지거나 어떤 이유 때문에 부러진 나무둥치는 치워버리곤 하잖아요. 외관상으로 좋지 않다는 이유이거나 혹은 그 나무를 가져다 다른 용도로 사용하곤 하지요. 그런데 이 곳 제주의 숲에서는 스러진 모든 나무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제 자리에 있더라구요.

 

그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수명이 다 했다고,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치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본래 있던 자리에, 사람의 한 세월 보다도 어쩌면 더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켰을 그 나무를 제주의 숲은 그대로 품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누군가와 박물관에 있는 '깨진 도자기'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었는데요,

수 천 년 전 유물인 도자기가 깨진 채로 발견되었다고 지금의 사람들은 안타까워하거나 혹은 유물로서의 가치를 낮게 비추지만

사실, 어쩌면 그 도자기는 깨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어느 낯선 나라의 문화 가운데는 도자기를 땅에 깨트려 악귀를 물리친다고 하잖아요.

그것처럼 어쩌면 그 도자기의 완성이랄까, 도자기의 사명은 온전하게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깨어지는 것. 이 아니었을까요.

그때 나눈 이야기가 사려니 숲을 걸으며 슬몃 생각이 들었습니다.

좁고 짧은 생각으로는 꼿꼿이 서 있는 것이 '완성' 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려니 숲에 이리저리 누워있는 나무들은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해주더라구요.

 

 

사려니 숲에 비하자면 사실, 비자림은 조금 싱거웠어요. 잘 정리가 되어있는 정갈한 숲이었거든요.

천 년이 넘게 살아온 비자나무를 중심으로 그 곳도 제주의 원시 숲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지만

길에는 나뭇가지 하나 없이 흙모래가 가지런히 깔려있는 모습이 왠지 조금 새침해 보였습니다.

 

새천년 비자나무

 

하지만 저는 비자림에 있는 800년 넘게 살아온 큰 비자나무를 ‘아버지나무’라고 이름 붙여 부르곤 합니다.

울타리 처져 보존되고 있는 천년 비자나무 말고, 그 비자나무를 지나 깊은 숲속으로 없는 길을 따라 들어가면 크은 나무둥치를 가진 비자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그것이 자아내는 느낌이 마치 ‘아버지’ 같아서 지난 제주여행 때 저는 그에게 ‘아버지나무’라고 이름 붙여 주었습니다.

 

숲 속에서 많은 이들이 편안함을 느끼고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숲이 우리를 어버이처럼 품어주기 때문일까요.

제주의 숲은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어버이가 되고, 안식처가 될 것입니다.

대외업무_인도에서 뒷돈 주고받는 다양한 모습

20140728

 

인도에서 뒷돈을 주고받는 다양한 행태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외국어를 배우다보면 그 언어로 표현되는 다양한 욕설에 대해서도 알아 두는 게 좋은 경우가 있다. 그 욕설을 배워서 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게 욕설인지 아닌지 알아듣고 나아가서 상대방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욕설을 배워 보기도 하는 것이다. 이처럼 국제개발협력 현장에서도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상황 파악을 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거래되는 뒷돈 백태를 알아두는 게 좋을 때가 있다.


예전에는 대놓고 노골적으로 뒷돈이나 선물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런 일은 거의 없다. 부정부패와 뒷돈에 대한 단속이 심해져서 자칫 잘못했다간 공직생명이 위태로워지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각 부처별로 자체 단속반 (Vigilance Team 또는 Committee)가 있어 신고하면 조사와 그에 따른 처벌이 뒤따른다. 신고할 경우에는 음성 녹음 파일 같은 증거가 있는 것이 좋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대가성의 뇌물을 주고받는 행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보다 교묘하고 은밀한 방법으로.

 

 

1. 고위 공무원의 경우

 

여기서 고위 공무원이라 함은 중앙정부나 주 정부의 해당 사안에 대한 결재권자나 고위급 실무자를 말한다. 이들이 직접 대가성의 뇌물을 요구하거나 받는 경우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먼저 봉착하게 되는 문제가 뒷돈을 주고 싶어도 도대체 누구를 접촉해서 누구한테 돈을 줘야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뒷돈 주고받는 데에도 자기들 나름의 방식이 있어 무턱대고 찔러 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일은 안 되고 돈만 날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직접 들은 사례이다.

 

인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비영리 단체들이 외국 지원금 (외국에서 송금되거나 입금되는 모든 형태의 개인 및 단체 지원금 또는 현지에서 외국인이 후원하는 모든 지원금)을 받으려면 인도 내무부에 사전허가를 받거나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한다. 이 등록을 받기 위해서 백방으로 고군분투한 어느 인도인 사무총장의 얘기이다.

 

등록 신청을 하고 감사를 받고 요청한 모든 자료를 제출했지만 3년이 지나도록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등록을 시켜주지 않았다. 내무부 관련 부서에도 여러 차례 찾아 갔다. 뒷돈을 안주면 절대로 안 되겠구나 싶어 뒷돈을 주려 했지만 누구한테 줘야 할지 몰랐다. 묻고 물어 키맨 (Key Man : 뇌물 브로커 역할을 하는 중간급 공무원)을 어렵게 찾았다. 이 사람을 잘 찾아야 한다. 최종 책임자가 키맨이 아니다. 그 사람들은 절대로 뒷돈을 요구하거나 받지 않는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 키맨에게 돈을 주면 알아서 다 하는 것이다. 알아서 나눠 가진다. 개인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연락했다. 반드시 개인 전화번호로 연락해야 한다. 점심시간에 외부에서 따로 조용히 만나 식사를 같이 하며 상황을 설명했다. 조용한 고급 레스토랑이 좋다.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비밀 유지, 뒷돈을 준 뒤로 일이 최종 마무리될 때까지 절대로 연락하지 않는다, 일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궁금해 하지도 말고 무조건 믿고 기다려라. 일이 반드시 되게 해준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물으면 화낸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근처 백화점에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 갔다. 쇼핑을 오만 루피(한화 백만원)치나 하더니 계산을 안 하고 있었다. 내가 해줬다. 그 뒤로 연락이 올 때 외부에서 따로 만나 세 번에 걸쳐 총 400,000루피 (한화 8,000,000)를 주었다. 그러곤 6개월 뒤에 등록이 되었다.”

 

 

2. 하급 공무원의 경우


지역 소재 여러 관청에서 근무하는 하급 공무원들의 행태이다.

 

인도에서 180일 이상 체류하게 되는 경우, - 1년 또는 여러 해 비자를 받더라도 해당 외국인 등록소 (FRRO : Foreign Regional Registration Office)에 가서 신고하고 거주 허가증 (Residence Permit)을 받아야 한다. 아주 단순한 일이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비자가 든 여권을 가져가서 보여주면 관할 등록소장의 직인이 찍힌 거주 허가증을 발급해준다. 이 간단한 일 하나 처리하는데 뒷돈이 들어가면 한나절이 걸리고 뒷돈이 안 들어가면 기약이 없다.

 

이곳에는 신청서도 준비되어 있지 않아 내 돈으로 복사해 와야 하고 필기구나 사진 붙이는 풀도 없다. 내가 다 준비해서 써야 한다. 정전이라도 되는 날이면 그 날은 공치는 거다. 복사를 할 수 없어서.


신청서를 제출하고 마냥 기다리다 보면 자기 책상으로 부른다. 여권 아래 숨긴 쪽지 하나를 건넨다. 이렇게 쓰여 있다. “밖에서 잠깐 기다려라.” 골목길로 데려 가서는 예의 그 짜이값을 요구한다. 당일 일을 끝내고 싶어 하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2-300루피를 손에 쥐어 주게 된다. 우리는 이런 일을 많이 당해 봐서 볼펜이나 수건 같은 간단한 선물을 주기도 하고 오랜 안면이 있으면 말발로 넘어 가기도 한다.

 

 

3. 기차표 예매센터

 

뒷돈을 깎다.

 

인도로 봉사활동하러 오는 60여명의 단체 기차표를 예매하러 기차표 예매센터에 간 적이 있다. 신청서 한 장에 여섯 명의 이름, 성별, 나이를 적어 제출하는데 규정이 바뀌어 한 사람당 한 장, 최대 여섯 명까지만 예매가 가능하게 되었단다. 아무리 사정해도 요지부동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인도인 한 분이 보다 못해 나를 옆으로 부른다.

 

쪽지에 뒷돈 200루피를 주겠다고 적어서 신청서 밑에 넣어 줘라. 그러면 해줄 것이다.”

 

사정이 급했던지라 반신반의하며 용기를 내어 쪽지를 써서 밀어 넣었다.

“20분 뒤에 다시 와라.”라는 답변을 들었다. 줄 서 있던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빠지고 나니 나를 다시 불렀다.

 

신청서 한 장 당 50루피해서 500루피를 달라는 걸 깎고 깎아 200루피를 주고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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